여는 글

최근 금융권 뉴스가 재밌다. 한쪽에서는 “KB금융 스테이블코인 실험”, “신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결제 시범”이런 기사가 나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카드사 조달비용 급등”, “영업환경 빨간불” 이런 기사가 나온다.

같은 금융권인데 왜 이렇게 다른 걸까. 하나의 프로덕트(Product) 를 두고 보면 굉장히 많은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개발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기술 부채 문제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은행 뉴스를 보면서

KB금융이 SWIFT랑 국제송금 실험을 한다고 한다. 신한금융은 ‘땡겨요’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시범 운영한다고 하고.

이게 기술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봤다.

[기존 해외송금 시스템]

송금 요청 → SWIFT 네트워크 → 중계 은행들 → 수취 은행
           (MT103 메시지)   (각각 수수료)   (D+2~5 소요)

[블록체인 연동하면]

송금 요청 → SWIFT + 블록체인 브릿지 → 수취 은행
           (실시간 정산)            (D+0 가능)

결국 기존 레거시 시스템 옆에 새로운 레이어를 붙이는 작업이다.

카드사 뉴스를 보면서

카드사들이 힘들다는 기사를 봤다. 여전채 금리가 올라서 조달비용이 급등했다고.

근데 생각해보니 이건 표면적인 이유인 것 같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기술 변화에 취약한 구조라는 거다.

[카드사 수익 구조]

수익 = 가맹점 수수료 + 카드론 이자 + 연회비
       ↓               ↓           ↓
    규제로 축소    DSR로 제한    경쟁으로 감소

수익은 줄어드는데 새로운 기술 투자할 여력이 없다. 악순환이다.

기술 부채 관점에서 본 차이

반면 은행은 레거시가 있어도, 새로운 걸 실험할 여유는 있는 것 같다.

농협이 싱가포르 관광객 부가세 환급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한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게 인상적이었다. 핵심 시스템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먼저 실험하는 거다.

새 기술 도입 전략 (은행 방식)
├── Core (핵심): 절대 안 건드림
├── Adjacent (인접): 조심스럽게
└── Edge (가장자리): 마음껏 실험
    └── 관광객 환급 = 본업과 분리된 영역
        └── 실패해도 타격 없음

이건 꽤 현명한 전략인 것 같다.

스테이블코인이 카드사에 위협인 이유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보편화되면 이렇게 바뀔 수 있다:.

기존: 사용자 → 카드사 → PG → 가맹점 (수수료 2-3%)
미래: 사용자 → 블록체인 → 가맹점 (수수료 0.1% 이하?)

카드사의 중개 역할이 사라진다. 가맹점 입장에서 수수료가 1/20이 되면 굳이 카드 결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방향성은 명확한 것 같다.

이걸 보면서 내가 느낀 것

결합도가 높으면 변화에 취약하다

카드사 시스템은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 스택이 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것 같다. 중개 수수료 모델이 시스템 전체에 녹아있어서, 이걸 바꾸려면 전부 다 바꿔야 한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구조라 새로운 레이어를 붙이기 쉬운 것 같고.

새 기술은 엣지에서 시작하는 게 맞다

농협의 관광객 환급 사례처럼, 핵심 서비스가 아닌 곳에서 먼저 실험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실패해도 본업에 영향이 없으니까.

내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도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자로서 생각해본 것

레거시 vs 신기술, 어느 쪽이 나을까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둘 다 알아야 한다”였다.

레거시만 알면 시스템과 함께 사라질 수 있고, 신기술만 알면 현실 시스템에 적용하기 어렵다. 둘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가치 있을 것 같다.

맺는글

은행과 카드사의 현재 상황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기술 변화에 어떻게 대응했느냐의 결과다.

기술 부채를 방치하면 나중에 더 큰 비용을 치른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생존을 결정한다.

지금 내가 만드는 시스템도 언젠가 레거시가 된다. 그때 후임 개발자가 욕하지 않을 코드를 작성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겠다.


참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