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한국 규제가 싫어서 해외로 간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한국은 규제가 너무 심해. 싱가포르나 미국으로 가자.” 하지만 개발자로서 해외 핀테크 산업 동향을 보면, 해외는 ‘규제가 없는 곳(Deregulation)’이 아니라 ‘규제의 논리가 다른 곳(Different Logic)’일 뿐이다.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의 기술 중립적 발언과 아르헨티나의 규제 완화 뉴스를 보며, 이것이 우리의 글로벌 결제 시스템 아키텍처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정리해 보았다.

1. 기술 중립성(Tech Neutrality): ‘수단’이 아닌 ‘리스크’를 봐라

미국 OCC 청장의 발언 중 핵심은 “디지털 자산이라서 특별 대우하지 마라(Same Activity, Same Risk, Same Regulation)”는 것이다. 이는 개발자에게 추상화(Abstraction)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2. 규제 파편화(Fragmentation)와 전략 패턴

미국은 주(State)마다 송금법이 다르고, EU는 MiCA로 통합되고, 한국은 특금법을 따른다. 글로벌 서비스의 가장 큰 기술적 난관은 이 파편화된 규제를 하나의 코드베이스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전략 패턴(Strategy Pattern)이지 않을까.

// [Architecture] 관할권(Jurisdiction)별 규제 전략 주입
@Service
public class GlobalPaymentService {
    // 국가 코드(US, KR, EU)를 Key로 하는 전략 맵
    private final Map<String, ComplianceStrategy> strategies;

    public PaymentResult process(Payment payment, String jurisdiction) {
        // 1. 해당 국가의 규제 전략을 동적으로 로딩
        ComplianceStrategy strategy = strategies.getOrDefault(jurisdiction, new DefaultStrategy());

        // 2. 전략에 따른 유효성 검사 (다형성 활용)
        // 미국이면 OFAC 스크리닝, 한국이면 트래블룰 적용
        ValidationResult validation = strategy.validate(payment);

        if (!validation.isPassed()) {
            throw new ComplianceException(validation.getReason());
        }

        return executePayment(payment);
    }
}

이렇게 설계하면 아르헨티나의 규제가 바뀌었을 때 ArgentinaStrategy 클래스 하나만 수정 배포하면 된다. 핵심 결제 로직(executePayment)은 건드릴 필요가 없다. 이것이 OCP(Open-Closed Principle)를 지키는 글로벌 서비스의 정석이다.

3. 아르헨티나의 교훈: 사용자는 제약을 우회한다 (Bypass)

아르헨티나가 은행의 암호화폐 취급을 금지하자, 사람들은 P2P와 음지 거래소로 숨어들었다. 이는 시스템 설계자에게 “Happy Path(정상 경로)만 막으면 Exception Path(예외 경로)가 폭발한다”는 교훈을 준다.

보안 설계를 할 때 단순히 UI 버튼을 비활성화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API 레벨에서의 강제, 더 나아가 블록체인 온체인 데이터 분석(Chain Analysis)을 통한 우회 경로 탐지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4. 컴플라이언스 엔지니어링: 법을 코드로 컴파일하다

규제는 모호한 자연어지만, 시스템은 명확한 코드여야 한다. “의심스러운 거래를 보고하라”는 법 조항을 개발자는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 [Code is Law] 법적 요구사항의 알고리즘화
public class StructuringDetector {
    // "분할 거래(Structuring)를 탐지하라"는 요구사항 구현

    public boolean isSuspicious(Transaction tx) {
        // 1. 최근 24시간 내 거래 조회
        List<Transaction> recentTxs = historyRepo.findRecent(tx.getUser(), Duration.ofHours(24));

        // 2. 보고 기준 금액(1천만 원) 바로 아래의 '쪼개기' 거래 패턴 분석
        long smallTxCount = recentTxs.stream()
            .filter(t -> t.getAmount().isBetween(900_0000, 999_9999))
            .count();

        // 3. 임계치 초과 시 FDS 알림 트리거
        return smallTxCount >= 3;
    }
}

이처럼 규제를 구체적인 탐지 룰(Detection Rule)로 변환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테스트하는 것. 이것이 바로 컴플라이언스 엔지니어링(Compliance Engineering)의 핵심이다.

5. 한국형 규제(K-Regulation)를 대비하는 자세

미국, 유럽의 흐름을 볼 때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도 결국 라이선스, 고객자산 분리, 감사 로그 3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길 기다렸다가 개발하면 늦는다. 글로벌 표준에 맞춰 다음 기능들을 선제적으로 구현(Pre-emptive Implementation)해두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술적 해자(Moat)가 된다.

  • Immutable Audit Log: 누가, 언제, 왜 조회하고 승인했는지 위변조 불가능한 로그 기록
  • Segregation of Funds: 고객 자산과 회사 자산의 원장(Ledger) 논리적/물리적 분리
  • Sanctions Screening: UN, OFAC 제재 명단 실시간 대조 시스템

맺는글 : 규제는 시스템의 ‘비기능 요구사항’이다

개발자에게 규제는 골치 아픈 ‘방해물’이 아니라, 성능(Performance)이나 보안(Security)처럼 반드시 충족해야 할 비기능 요구사항(Non-functional Requirements)이다.

해외 규제 동향을 살피는 것은 단순한 뉴스 보기가 아니다. 앞으로 우리 시스템에 들어올 Change Request(변경 요청)를 미리 스터디하는 과정이다. 모듈러 아키텍처로 유연함을 확보하고, 핵심 규제 기능을 미리 내재화한 팀만이 글로벌 핀테크 전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참고 기사